안녕하세요! 두루바퀴세상~ 입니다. 날이 점점 추워지고 있음을 증명하듯 프로야구도 기아의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마무리가 됐습니다.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발생한 사건을 중심으로 깊다면 깊게, 넓다면 넓게 다룬 ‘프로야구 선수의 승부욕과 매너’입니다. 오재원 선수의 글러브 패대기 사건을 출발점으로 해 다양한 사례를 중심으로 간단한 의견을 피력하겠습니다.
◇ 오재원 글러브 패대기, 승부욕 VS 경기 매너 부족
야구를 즐겨 보신다면 모두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지난 10월25일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두산베어스의 오재원 선수가 8회에 수비 도중 글러브를 땅에 던졌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불규칙 바운드 타구가 오재원 선수의 키를 넘어간 다음 취한 행동이었습니다. 당시 그의 감정을 정확히 아는 것이 아니기에 돌발행동의 이유를 단언할 수 없지만, 여론은 승부욕과 경기 매너라는 두 관점에서 첨예하게 대립했습니다.
“오재원 승부욕 진짜 강하다. 보기 좋다.”, “패기 있는 모습, 이래야 한국시리즈 답지.”, “남성미 풀풀 풍긴다.”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여론이 있는가 하면, “프로라는 것이 자기 감정 조절하나 못하냐.”, “중요한 경기인데 감정 기복이 심한 것 같다.”, “아이들도 보는 야구인데 교육 생각하면 부적절한 행동이다.” 등 부정적인 여론도 형성됐습니다.
◇ 푸이그도 글러브 패대기를? 왜 오재원만 비난받나
한편, 오재원 선수가 돌발행동을 한 다음 날인 26일, 미국에서는 LA다저스와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월드시리즈 2차전이 진행됐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LA다저스의 푸이그 선수가 수비 도중 타구를 잡지 못하자 글러브를 땅에 내던졌습니다. 오재원 선수처럼 말이죠. 두 선수의 행동이 전혀 다르지 않아 보이는데 여론은 푸이그보다 오재원에 비난의 화살을 겨냥했습니다. 언론도 푸이그의 악동적인 면모보다 야성미를 부각해 보도했습니다. 상반된 결과 일부 여론은 왜 오재원만 깎아 내리냐며 열을 홀리기도 했습니다.
같아 보이지만, 조금 더 들어가 보면 두 사건이 다소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야구에서 중요한 용어 중 하나가 ‘인플레이’입니다. 쉽게 말하면 심판이 경기를 시작해 중단하기 전까지가 인플레이 상황입니다. 흔히 타자가 2루타를 치고 진루하면 두 손을 듭니다. 심판에게 인플레이를 종료해달라는 의미입니다. 그래야 조금 더 자유롭게 타격보호대를 풀고 다음 상황을 준비하기 편하니까요. 이처럼 인플레이인지 아닌지는 야구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오재원은 인플레이 때, 푸이그는 아웃플레이 때 글러브를 손에서 내려놨습니다. 타자의 타구가 이미 2루타로 확정됐기에 푸이그는 팀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다음 인플레이 상황 때까지 수비 준비를 마치는 것을 제외하면 말이죠. 하지만 오재원은 인플레이 상황이었기 때문에 외야로 간 타구를 주시하며 다음 동작에 임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는 충분한 대처를 하지 못했고, 오히려 유격수였던 김재호가 역할을 대신했습니다.
승부욕으로 인한 돌발행동으로 인정받으려면 최소한 팀을 위해 해야 할 역할을 모두 이행해야 했습니다. 이기려는 욕구가 승부욕입니다. 팀 스포츠인 야구에서 소임을 방기한다는 것은 이기려는 의지로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상황 차이가 같아 보이는 행동에 대한 상반된 반응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 깊은 주루 슬라이딩부터 고의4구까지, 승부욕과 경기 매너 사이에 놓인 플레이
야구는 정말 애매한 스포츠인 것 같습니다. 경기장도 특이하고, 장비도 다양하고, 참여하는 선수의 특성도 각양각색입니다. 이러한 특징들이 야구를 조금 더 다양하고 재미있게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다양한 만큼 논란의 중심에 서는 플레이가 많은 것 같습니다. 오재원과 푸이그 선수의 사건처럼 승부욕과 경기매너라는 양극단을 오가는 플레이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떤 애매하고 아리송한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려 합니다.
먼저, ‘깊은 주루 슬라이딩’이 있습니다. 홈 베이스를 어느 팀이 더 많이 밟았는지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는 것이 야구이기에 타자뿐만 아니라, 주자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주자는 자기가 홈을 밟기 위해 노력하지만, 때로는 내가 아닌 동료가 그러할 수 있도록 헌신하기도 합니다. 병살 위기 상황에서 나는 죽더라도 타자 또는 다른 주자는 살림으로써 공격을 계속 이어나가는 것이죠. 이러한 목적은 주로 슬라이딩으로 수비수의 움직임을 방해하는 방법으로 이어집니다.
그런데 축구를 보면 태클에 선수들이 심각한 부상을 입는 것처럼 야구에서도 슬라이딩이 깊게 들어가 수비수 또는 본인이 다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코리안 메이저리거 강정호 선수도 타자의 깊은 주루 플레이에 심각한 부상을 입은 바 있고, 올 시즌 한화이글스와 LG트윈스는 한화 정근우 선수의 과한 슬라이딩을 시작으로 갈등이 고조돼 벤치 클리어링을 벌인 적이 있습니다. 이렇듯 이기기 위한 몸부림인 주루 슬라이딩이 누군가의 선수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로 연결될 수도 있습니다.
‘사인 훔치기’도 양극단에 놓인 전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사인 훔치기도 야구의 매력이라 하던데, 도를 지나치면 명백한 범죄라고 생각합니다. 포수의 사인을 간파할 수 없는 타자가 투수의 움직임을 보며 읽어낸다면 묘미이겠지만, 상대적으로 포수의 행동을 파악하기 쉬운 코치나 주자가 사인을 읽은 뒤 타자에게 전달한다면 악행입니다. 사인 훔치기는 스포츠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행위이기도 해 가끔 선수 간의 갈등으로 번지기도 합니다. 특히, 메이저리그의 뉴옥양키스와 보스턴레드삭스는 올해 전자기기를 사용한 사인 훔치기 논란에 휩싸여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바 있습니다.
메이저리그를 뜨겁게 달군 고의4구도 마찬가지입니다. 야구의 긴장을 더 해주는 전략 중 하나인 고의4구는 때로 타자의 자존심을 긁는 행위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또한, 고의4구 후에 나오는 플레이는 선수들을 감정적으로 공격할 수 있습니다. 고의4구 후 상대한 타자가 홈런을 친 뒤 불필요한 세레모니를 한다든지, 혹은 투수가 그 반대의 결과에 따라 희열을 몸으로 표현하든지 말이죠. 실제로 위에서 다룬 푸이그는 고의4구 이후 맞은 타석에서 홈런을 쏘아 올린 뒤 타구를 오랫동안 응시한 뒤 천천히 베이스라인을 도는, 이른바 불문율을 깨는 행위를 해 상대 팀을 불쾌하게 하기도 했습니다.
◇ 이기려는 욕구, 변질돼 팀에 해를 끼치면 안 돼
위에서 다룬 것 이외에도 무의미한 도루 및 견제나 위협구, 과한 세레모니 등 야구에는 평가하기 모호한 플레이가 정말 많습니다. 유심히 경기를 보면 하루에도 몇 개씩은 찾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그때마다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지 그것 또한 애매한 것 같습니다.
생각과 표현의 자유가 있기에 강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개인적으로 선수의 플레이가 팀에 해악을 끼친다면 승부욕이라는 테두리 아래 감싸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해악이라는 것이 눈에 훤히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분위기라는 수치로 표현할 수 없는 것도 포함하고 있어 애매한 측면이 있지만, 그래도 감정적으로 판단하기 전에 한 번이라도 사건을 다시 생각하고 입장을 정리하는 데 유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상으로 프로야구에서 발생하는 승부욕과 경기 매너 양극단의 사건들 살펴봤습니다. 늘 잘해왔듯 선수들의 멋진 플레이와 아름다운 매너를 바탕으로 승승장구하는 프로야구가 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하며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출처: 근로복지공단 김중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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